슬럼프에 빠진 독립군, 만세 운동에 난장판이 된 시장에서 호랑이사냥에 성공한
일본군의 행진을 보고 요셉은 떠올린다. 「호랑이 가죽이 필요하다」
호랑이 가죽만 있으면, 성당 식구들도 의병자금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요셉.
“굿하는 날엔 호랑님이 지켜본다”는 말에 도망치듯 떠난 황해도의 외딴 마을, 그곳에서 요셉은 운명처럼 신을 미루는 ‘누름굿’ 하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백정보다도 못한 무당 아들로 태어나 이름도 없이 ‘아무개’로 불린 소년, 요셉은 소년의 뒤를 밟다가 호랑이에게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산불에서 살아남는다. 무당의 핏줄인 소년은 일본군에게 쇠말뚝을 꽂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그로 인해 쇠말뚝의 존재를 알게 되는 요셉. 풍문으로만 들었지, 처음 두 눈으로 본 쇠말뚝.
조선 산간벽지에 쇠말뚝을 꽂아 나라를 쇠하게 만드려는 정신침략대의 충격적인 비밀을
마주한다. 요셉은 어쩌면 소년이 독립운동에 주요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쇠말뚝을 박는 순간, 내려치는 번개에 죽는 일본군들과 쓰러진 소년을 보자 뒷걸음친다.
게다가 눈앞에 나타난 일본인 음양사 소녀, 이치코까지. 모든게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다.
마녀사냥을 당해 비통하게 죽게 된 어미무당, 불지에 고아가 된 소년을 데리고 경성으로
함께 떠나는 요셉과 이치코 일행.
시대가 운명이라는 일제 강점기 아래. 조선의 산간벽지, 수백 개가 꽂혀 있다는 쇠말뚝 뽑는 여정을 떠난다. 총, 칼 대신 방울과 장구를 들고 이들이 그토록 빌었던 것은 무엇일까?